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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물가지표의 불안이 두드러지고 있다. 혹한과 구제역에 따른 농축산물 가격이 가장 큰 충격 요인임에는 분명하나, 식료품과 에너지 제품을 제외한 이른바 핵심 소비자물가마저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인플레이션에 대한 공포가 더욱 확대되는 모양새다. 최근 물가불안의 원인을 보다 자세히 살펴봄으로써, 2011년 한국 물가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 전망해보도록 하자. |

자료: 한국은행, 통계청.
최근 물가 상승의 원인은?
물가불안의 원인에 대해 언급하기에 앞서, 중요한 물가지표 두 가지에 대해서만 간단하게 구분해보자. 우리가 흔히 ‘물가’를 이야기할 때에는 소비자물가를 의미하는데, 소비자물가는 우리 국민의 지출 내역을 조사해 상품 및 서비스 제품에 적절한 가중치를 곱해 계산한 것이다. 우리경제가 1990년대 이후 서비스 부문의 비중이 확대되면서 소비자물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서비스이며, 그 가운데에서도 외식·숙박(13.3%)과 교육(11.1%) 그리고 집세(9.6%)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생산자물가는 소비자들의 체감물가와 약간 거리가 있긴 하지만, 대신 소비자 물가보다 먼저 움직이는 특성을 지니고 있는 탓에 빼놓을 수 없는 핵심지표라 할 수 있다. 소비자물가와 달리, 생산자물가에서는 서비스의 비중이 26.4%에 불과한 대신 공산품이 64.5%의 비중을 차지해 대조적인 모습을 보인다. 경제의 서비스화 경향이 강화되면서 기업들이 구입하는 서비스 제품이 점점 많아지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공산품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다음 순서로 한국 생산자물가지수와 소비자물가지수의 최근 동향을 살펴보면, 최근 물가불안의 이유를 금방 알 수 있다. 즉 소비자물가가 급등했던 2010년 9월(전월 대비 1.1% 상승) 이전부터 생산자물가가 불안한 모습을 보였고, 물가불안이 지속됨에 따라 결국 소비자 가격의 인상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생산자 물가가 2010년 봄부터 꾸준히 상승했던 이유는 여름 날씨가 더워 농림수산품 가격이 급등했을 뿐만 아니라, 국제 원자재가격도 꾸준히 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필수 중간재라 할 수 있는 석유제품과 1차 금속제품 가격이 지난 1년 동안 12.9%와 9.7% 상승한 것은 기업들의 제품가격 인상 압력으로 작용했다.
2011년 물가는?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2011년 물가는 2010년 이상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2010년부터 시작된 원자재 가격의 상승세가 새해 들어 더욱 강화되고 있는 데다, 지난 2년 동안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던 서비스 제품의 물가도 점차 불안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기여건이 썩 나아지지 않았음에도 국제상품가격이 최근 폭등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달러약세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데 있다. 달러약세가 상품가격 상승 원인으로 작용하는 이유는 원자재 생산 국가의 입장에서 달러약세로 인한 원유 수출대금의 실질 구매력 약화를 ‘가격인상’으로 보상 받으려는 욕구가 높아지는 데다, 달러자산을 보유한 투자자들이 원유 등 비달러 자산에 대한 투자를 늘려 달러약세로 인한 평가손실의 위험을 헤지하려 들기 때문이다.
달러약세뿐만 아니라 중국의 모호한 태도도 상품가격 급등의 또 다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010년 중국 경제성장률이 10% 선에 이르고, 소비자물가도 4% 전후의 상승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1년 만기 대출금리는 고작 5.81%에 불과해 경제 전반에 ‘과잉 대출 수요’를 발생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적정 금리 수준(10%대 초반으로 추정)까지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의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지만, 중국 정책당국은 지급준비율만 인상할 뿐 대출금리는 2010년 0.50% 포인트 인상하는 데 그쳤다.
중국 정책당국이 금리인상 카드를 좀처럼 꺼내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부동산시장과 실물경제의 동반 상승이 물가불안보다 더 나은 선택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결과 중국의 2010년 7∼12월 중국의 수입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8.5%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원유 수입규모도 18.3% 늘어나는 등 ‘원자재 먹는 하마’ 중국의 영향력은 날로 강화되는 상황이다.
상품가격 못지 않게 서비스 물가의 불안도 2011년에 본격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1995년부터 2010년까지 한국의 교육서비스 물가는 연 평균 5.1% 상승하는 등 물가불안의 핵심 요인이었지만, 2009년과 2010년에는 각각 2.5%와 2.2% 상승에 그쳤다. 그러나 최근 임대료 가격의 상승과 임금 상승 흐름을 감안할 때, 지난 2년 간의 교육 서비스 가격 안정세가 올해는 흔들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더 나아가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전세가격 급등세도 서비스 물가를 자극할 것으로 우려된다. 2010년 말 서울지역 전세가격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6.4% 상승했으며, 전국 기준으로는 무려 7.1%에 이른다. 특히 지난 2009년 3월 이후 쉼 없이 상승하고 또 상승 폭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전세가격의 불안은 2011년 물가의 최대 복병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자료: 블룸버그.
물가불안, 피할 수 없나?
2011년 소비자물가의 상승 탄력이 더욱 강화된다면, 우리경제는 당분간 저성장·고물가의 난국을 보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정책당국이 달러/원 환율의 하락을 용인하거나, 혹은 강력한 긴축정책을 펼치는 경우에는 고물가 국면이 단기간 종료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볼 때, 강력한 긴축정책 시행의 시나리오는 그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먼저 선진국 수요가 불투명해 달러/원 환율의 하락을 용인하기 쉽지 않은 데다, 정책금리를 공격적으로 인상하기에는 경기선행지수 전년동월비가 11개월 연속 하락하는 등 경기 탄력이 둔화되고 있는 게 걸림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2011년 1분기 중 소비자물가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4% 이상 상승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정책당국의 물가안정 대책 시행 및 계절 변화에 따른 식료품가격의 안정 가능성 등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될 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봄 이사철에 전세가격이 급등하곤 했던 과거 경험을 감안할 때 물가 불안은 상반기 중 계속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